유한양행 이어 한미약품도 1조 NASH 기술수출, 부상하는 GLP-1

입력 2020-08-05 09:14   수정 2020-08-05 09:16



한미약품이 글로벌 제약사 MSD에 비알콜성지방간염(NASH) 치료제 후보물질을 총 1조원 규모로 기술수출했다. 작년 7월 유한양행이 또 다른 글로벌 제약사인 베링거인겔하임에 NASH 후보물질을 같은 금액에 기술수출한 지 1년여 만이다. NASH에 대한 제약사들의 높은 관심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5일 한미약품에 따르면 MSD는 한미약품의 NASH 후보물질 '랩스GLP글루카곤 듀얼 아고니스트'(HM12525A)의 세계 권리(한국 제외)를 총 8억7000만달러(약 1조40억원)에 사들였다. 이번 계약으로 한미약품은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 1000만달러를 받고 단계별 성과에 따른 기술료(마일스톤)로 최대 8억6000만달러를 수령하게 된다.

HM12525A는 인슐린 분비 및 식욕억제를 돕는 호르몬 'GLP-1'과 에너지 대사량을 증가시키는 글루카곤을 동시에 활성화하는 이중 작용제다. 한미약품의 약효 지속성 기술인 랩스커버리가 적용돼, 주 1회 주사제형으로 개발될 예정이다.

NASH는 간의 지방 축적에 의해 시작된다. 음주와 관계없이 서구화된 식습관 등으로 인해 발생하며 이후 염증으로 발전해 최종적으로는 다수의 환자에게 간섬유증과 간경변을 초래한다. 비만 및 당뇨병 환자에게 발병할 확률이 높으며,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허가받은 치료법은 없다.

지난해 7월 유한양행도 베링거인겔하임에 이중 작용제 후보물질(YH25724)에 대한 총 8억7000만달러의 기술수출을 성사시켰다. 계약금이 4000만달러, 마일스톤은 8억3000만달러다.

제넥신의 약효 지속성 기술이 적용된 이 후보물질은 GLP-1과 체중조절 및 인슐린 민감성에 관여하는 'FGF21'을 활성화시킨다. 베링거인겔하임은 NASH 관련 다수의 치료법 개발을 진행 중이다. 하나만을 표적하는 방법으로는 중증의 환자에서 효과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증 염증 섬유증이라는 NASH의 3가지 핵심 증상을 모두 표적화하는 차세대 치료법 개발을 위한 프로그램을 구축했다.
NASH 치료제로 부상하는 GLP-1
올 5월과 6월 젠핏과 인터셉트는 각각 임상 3상 단계에 있던 NASH 후보물질인 엘라피브라노와 오칼리바의 개발을 중단했다. 2019년 4월 길리어드도 'ASK1' 저해제인 세론설팁의 임상 3상에 실패했다고 발표했다.

잇따른 개발 실패 소식 가운데서 낭보를 전해온 것은 노보노디스크다. 앞서 노보노디스크는 올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지속형 GLP-1 제제인 세마글루타이드의 임상 2상 결과를 공개했다. 320명을 대상으로 한 2상에서 고용량 투여군의 58.9%가 NASH 증상의 개선을 보였다. 가짜약을 쓴 대조군 41.7% 대비 의미 있는 결과다.

이는 GLP-1 계열의 약물이 비만 치료 뿐 아니라, NASH에도 효과가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NASH의 주요 원인이 과도한 지방과 당의 축적으로 발생하는 비만으로 인식되면서 비만 치료제로 효능을 보이고 있는 GLP-1 계열이 새로운 NASH 치료제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이벨류에이트파마는 NASH 치료제의 세계 시장 규모가 2024년에 약 17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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